전문가의 책임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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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독일•일본 등 외국에서는 의사•변호사 등의 전문직업인에게 고도의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전문가 책임(professional liability) 법리라고 한다.

전문가(profession)라 함은 학식을 배경으로 일정한 기초이론에 바탕을 두고 특수한 교육 또는 훈련에 의해 특수한 기능을 습득하여 불특정 다수의 시민으로부터 임의로 개별적 의뢰를 받아 구체적인 봉사활동을 행함으로써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는 직업을 말한다. 이 같은 전문가는 의사•변호사•공인회계사 등의 지적 전문가와 간호사•기사•영양사 등의 기능적 전문가로 나누어지는데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①전문가는 항상 가해자로 존재하고 의뢰자는 항상 피해자의 입장이 되므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에 호환성이 없다(입장의 비호환성). ②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장기의 교육과 훈련, 공적인 시험제에 의한 자격을 필요로 한다(장기적인 교육과 훈련, 자격제). ③직무의 본질상 전문가의 재량이 크게 작용하고 결과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직무의 독립성, 수단채무성). ④전문가는 당해 전문가집단에 의하여 내부적으로 행위통제를 받게 된다(전문가집단에 의한 자기규제). ⑤전문가와 의뢰인의 법적 관계는 단순한 계약관계가 아니고 전문가의 사회적 지위에 기초한 신뢰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신뢰관계).

전문가의 과실은 ‘평균인의 추상적 과실’, ‘일반적인 과실’과 다른 ‘전문인의 업무상 과실’

전문가책임법리에서 의사의 직무행위로 인한 과실을 일반적인 과실체계와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나타난다.

⑴책임론 상에서 요구하는 주의의무(행위의무)의 정도가 대단히 고도화되어 나타난다는 점, ⑵시민사회를 전제로 한 과실책임법 상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의의무위반 여부만을 과실판단의 대상으로 삼는 단순형 과실판단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비해 의료과오에서는 의료수준이라는 이른바 직무상의 기준을 바탕으로 그 이외에 사회적 또는 객관적으로 기대된 결과회피의무를 취하였는가에 따라 과실여부를 판단하게 된다는 점, ⑶당사자의 입장에 호환성이 없기 때문에 의사의 행위의무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가해자(의사)의 행위의 자유보다는 피해자(환자)의 법익보호(결과회피)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런데 민법상 종래 계약책임(채무불이행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논함에 있어서는 주의의무의 정도에 따라 행위자를 기준으로 하는 ‘구체적 과실’과 통상의 평균인을 기준으로 하는 ‘추상적 과실’에 따라 과실의 종류를 나누고 있을 뿐, ‘일반적인 과실’과 ‘업무상 과실’을 단순한 정도의 차이로 파악하고 별도로 구별하고 있지 않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과실과 업무상 과실은 단순히 정도의 차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으며, 주의의무의 고도화, 의료수준에 기초한 과실판단 등 책임요건론 상의 특징이 책임효과론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므로 양 과실의 차이는 질적인 차이를 초래한다.

종래 일반적으로 업무상 과실로 논의하였던 교통사고, 공해소송, 제조물책임소송 등은 오늘날에는 과실책임체계에서 이탈해 가는 경향에 있으며, 따라서 과실책임영역에서 업무상 과실로 논의될 수 있는 분야로 남는 것은 이른바 전문가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1) 그리하여 ‘업무상 과실’은 공해소송이나 제조물책임소송과 같은 ‘기업책임 영역’과 전문적 지식의 소지를 전제로 하는 ‘전문가책임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정리되며, 양자는 업무의 성질상 차이가 있는 것이므로 그 책임유형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의사 등의 전문가의 과실은 통상인의 과실과는 다른 ‘전문인의 업무상 과실’로 이해해야 하며, 이러한 전문가책임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⑴전문가는 전문적 기술•능력•자격 등을 기초로 해서 어느 정도 독립해서 업무를 수행하고, ⑵전문가가 다루는 업무는 고도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고 다른 업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전문가의 부주의 결과 의뢰인은 매우 중대한 손해를 입게 되며, ⑶전문가가 그의 업무에서 주의를 다했는가 하는 과실판단은 일반인(판사 포함)이 독자적으로 할 수 없고 그 분야의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

전문가책임법리에는 배상책임보험제도, 재판외분쟁처리제도, 자율규제제도 보완이 전제돼야

전문가에 대한 책임추급은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 모두에 의해서도 구성이 가능하며, 양 책임의 개별적 특성에 관계없이 법에 의하여 기대된 수준에 달하지 않은 전문가의 행위(professional’s conduct)가 존재하면 책임이 발생하게 된다. 2)

그러나 전문가도 자기의 과실 있는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위험감에서 벗어나 충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피해자(의뢰인 또는 제3자)도 불의의 사고로 인한 손해를 전보 받을 수 있어야 하므로, 전문가책임법리를 독자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전문가와 의뢰인간에는 입장의 호환성이 없는 관계로 전문가는 항상 가해자예비군으로 존재하고 책임론 상으로는 신뢰의무(설명의무, 정보제공의무, 전송의무 등)가 발생하므로 주의의무(행위의무)가 고도화되는데 따른 전문가의 책임을 전보해주는 보험제도가 완비되어야 한다(전문가배상책임보험제도). 3)

둘째,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장기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고 직무의 독립성이 인정되므로 비전문가인 법관이 전문가영역의 책임여부를 판정하기에는 부적합한 점이 있는바 재판에 의한 분쟁해결보다는 재판외적 분쟁해결절차를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재판외분쟁처리제도). 4)

셋째, 전문가는 당해 전문가집단을 결성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당해 직무행위의 독립성을 승인 받게 된다는 점에서 전문가집단 내부에 행위통제기구(징계권 등)를 설치함으로써 제1차적인 자기통제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전문가집단에 의한 자율규제제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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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국 불법행위법(§229-A)상 직무상 과실(Comment, Professional Negligence, 121 Univ. Penns. L. Rev. 627, 1973). 독일의 소위 ‘사회생활상의 안전배려의무 이론’. 일본의 이른바 ‘중간적 책임 이론’.
2) Zepos/Christodoulou, Profession Liability,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Comparative Law, Vol. XI, Torts, 1978, p.4.
3) 미국: 내과의사•외과의사•치과의사 배상책임보험(개업의 대상), 기타 의료전문가 배상책임보험(약사•간호사•방사선사•발치료사•치과위생사•광학사•물리치료사 등 대상), 병원배상책임보험의(병원 대상). 뉴질랜드: 사고보상공사(ACC: Accident Compensation Corporation) 운영 및 보상관련법 상해예방재활보상법(IPRC: Injury Prevention, Rehabilitation, and Compensation Act 2001).
4) 미국: 강제심사제도(Compulsory Screening Panels), 조정제도(mediation panel), 중재제도(arbitration panel). 독일: 화해중재인(1827년), 함부르크 공공법률정보제공 및 화해소(1922년), 주의사회 조정소•감정위원회(1975년).
5) 뉴질랜드: 의사법(Medical Pratitioners Act 1968)상 의사징계위원회(MPDC).
 
(상기자료는 발췌된 자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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